방사능 공포 vs 핵심 에너지원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원전이 폭발하고 방사능이 유출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피폭자가 발생하고 수돗물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는 등 원전에 대한 우려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전 안전성 논란과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은 우리 사회에 전기를 공급하는 핵심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거부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로 뻗어 가는 대한민국 원전 기술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역사는 1955년 미국과 원자력 협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1959년 원자력연구소가 설립되었고, 1963년에는 연구용 원자로가 가동되며 원자력 기술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상업용 원전이 건설되어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978년 고리 원전 1호기부터다. 당시 원전 건설은 외국 기업이 전 과정을 맡는 턴키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로써 한국은 세계 21번째 원전 보유국이 되었다.
1970년대 중반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가적 의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지원과 함께 현재까지 총 21기의 원전이 건설되었다.
원전 건설 확대와 더불어 국내 원전 기술력도 크게 성장했다. 기술 이전에 그치지 않고 자체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 2005년 완공된 울진 6호기는 순수 국내 기술로 건설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어 2009년 말에는 400억 달러 규모의 UAE 원전 건설 계약을 수주하며 한국 원자력 산업은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원자력 발전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원자력의 재앙‘방사능 공포’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실시한 ‘원자력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8.4%에 달했다. 이는 UAE 원전 수주 이후 원자력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국민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본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다시 확산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가장 큰 단점은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원자력 발전은 필연적으로 방사능과 방사선을 동반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과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그리고 최근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방사능 공포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 역시 중요한 과제다. 발전 후 남는 사용 후 핵연료와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처리 과정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까지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입증된 처분 방식은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원자력 발전소는 초기 투자 비용과 건설비가 크다는 단점도 안고 있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녹색 에너지원’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은 분명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경제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원자력 발전은 연료비가 매우 저렴해 다른 발전 방식에 비해 발전 단가가 낮다.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 등으로 에너지 공급에 불안 요인이 커진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했던 이유가 바로 원자력 발전 덕분이다.
둘째,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원이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 현상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화력 발전은 원자력 발전에 비해 40~100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반면 원자력 발전은 가동 중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어 청정 에너지에 가장 가까운 실용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셋째, 연료 공급이 안정적이다. 원자력 발전의 연료인 우라늄은 전 세계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며, 주요 공급국 역시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된 국가들이다. 또한 소량의 연료로 장기간 사용이 가능해 비축이 쉽고, 발전 단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2.5%에 불과하다.
‘안전성’과 ‘신뢰성’
경제성, 환경성, 공급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자력 발전은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특히 천연자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안보와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해왔다.
물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은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막연한 공포에 머무르기보다는 이를 계기로 안전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기존 원전에 대한 정기 점검을 철저히 하고, 비상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과 전력망을 더욱 체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신규 원전 건설 시에는 내진 설계를 강화하고, 무엇보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신뢰 확보에 힘써야 한다. 또한 원자력은 국경을 초월한 문제인 만큼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사고 정보를 공유하고 안전 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 여론은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안전 시스템은 더욱 발전하고 기술력도 향상될 것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의 안전한 활용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번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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