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쇠붙이
'아이젠(Eisen)'은 눈이 쌓였거나 미끄러질 수 있는 눈길, 빙판길에서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장비입니다.
아이젠은 독일어로 슈타이크아이젠(Steigeisen)을 줄인 말이다.
'오늘다'라는 뜻을 가진 슈타이크(Steig) 와 '쇠'를 뜻하는 아이젠(Eisen)을 합쳐 '오르는 쇠붙이'라는 뜻을 가지고 영어로는 크램폰(Crampons)으로 부릅니다.
아이젠은 약 2천 년 전, 러시아 원주민들이 가죽 신발에 쇠징을 박아서 신었던 게 시초입니다.
유럽 지역에 퍼져 있던 켈트족의 광부들도 신발 밑창에 쇠로 만든 징을 박아 신었습니다. 또한 중세시대 알프스 지방의 양치기들도 양을 몰면서 눈길과 흙길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금속 징이 3개 박힌 아이젠을 신었습니다.
19세기 후반에는 4개의 금속 발톱이 달린 아이젠이 사용되었습니다.
1908년 10개의 발톱이 달린 아이젠을 최초로 개발한 오스카 에켄슈타인은 1892년 6개의 길고 뾰족한 발톱을 장착한 아이젠을 개발했다가 1900년 8발식 아이젠을 개발했습니다. 이 아이젠은 겨울철 산행에 유용하게 사용되며 필수 장비로 자리 잡기 시작해 독일, 오스트리아의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영국 산악계에서는 아이젠을 신고 등반하면 '목마를 타는 놀이', '도깨비 발명품'이라고 비아냥대며 등반의 방해물이라고 여겼습니다. 10개의 발톱이 달린 아이젠을 개발한 오스카 에켄슈타인도 빙,설벽에 피켈로 발 디딜 곳을 만드는 스텝커팅(step cutting)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1886년 4,219m 높이의 호베르크 호른의 빙벽을 등반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스텝 커팅을 해주던 가이드가 없이 등반하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면서 아이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전해집니다. 에켄슈타인이 개발한 아이젠의 총 길이는 325mm, 뒤꿈치의 길이 85mm, 뒤꿈치 폭 80mm, 발바닥의 폭은 110mm 이며 발톱의 길이는 35~38mm로 총 10개 입니다.
1931년 독일의 슈미트 형제가 10발식 아이젠을 사용해 마테호른 북벽을 처음으로 등반하는데 성공하면서 프랑스 산악인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아이젠은 등반가들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12개의 발톱이 달린 아이젠은 이탈리아 산악인이자 대장장이 로랑 그리벨이 만들었습니다.
앞쪽 발톱이 2개가 추가되었을 뿐이지만, 보다 안전하고 신속한 등반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아이젠은 산악인들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아이젠이 보급되었습니다.
1908년 오스카 에켄슈타인이 고안한 10발 크램폰의 설계도. 이 설계도는 스위스산악회 연감 45호 부록으로 인쇄되어 배포한 것으로 1928년에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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